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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국내외 협동조합을 찾아서

베이비부머 퇴직시대…협동조합에서 미래를 찾다(8·끝)울산

[창간24주년]숙련된 퇴직 기능인 활용, 기술 컨설팅·파견업체 설립도 가능

 

베이비부머 퇴직시대…협동조합에서 미래를 찾다

 

(8·끝)울산 접목방안과 전문가들의 조언

 

 


 

▲ 지난 5월부터 현대중공업은 내년과 내후년 퇴직예정인 1954~1955년생 근로자 1800명을 대상으로 퇴직자 프로그램(36+2+6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베이비붐 퇴직자들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일자리 문제. 그동안 퇴직자 일자리 창출의 또 하나의 방안으로 부각되는 협동조합의 국내외 사례를 살펴봤다. 노인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한국 사회에서 협동조합이 보완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엿보였다. 기획물을 마무리하면서 퇴직자를 위한 협동조합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기업 사례와 국내·외 협동조합 관련자 또는 전문가들이 말하는 ‘퇴직자를 위한 울산 협동조합의 성공 가능성’ 등을 소개한다.


용접·냉난방기 청소등 설립분야 다양
기존 업체에 뒤지지 않을 품질 갖추고
새로운 분야 일자리 창출도 시도해야

퇴직전 평생교육 차원의 준비도 필요
현대重 퇴직예정자 1800명 대상 교육
현대車·S-OIL도 프로그램 도입 예정


△황진호 울산발전연구원 박사

협동조합은 베이비부머 퇴직시대를 맞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보완책’이 될 수 있다. 일본 동경대학 모노즈쿠리센터에서는 고경력 전문기술인력 컨설턴트를 활용해 직업훈련 등에 나서고 있다. 울산에서도 퇴직 숙련 기능인 중에서 명장이나 기능장을 활용해 중소기업 기술 지원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는 협동조합을 설립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아무런 특혜 없이도 당당하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사회적 약자로도 볼 수 있는 퇴직자들이 기존 시장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에서 하나의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시도도 필요하다.

△김창선 좋은일자리 대표(현대중공업 퇴직자프로그램 운영기관)

울산에는 협동조합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은게 아니기 때문에 리스크(위험 부담)를 최소화할 작은 단위의 협동조합이 필요하고, 현실성도 있을 것으로 본다. 먼저 현대중공업에서 퇴직자들이 대거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용접공 협동조합’ 설립도 가능하다. 여기서 원청이든 하청이든 적재적소에 파견근무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 기업에서 고령자들이 일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협동조합이 대안적 일자리 창출의 방법이 충분히 될 수 있다. 다만 퇴직 이후 바뀔 삶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퇴직 전부터 평생교육 차원의 준비를 해야 한다.

 

 

▲ 지난 6월 열린 울산고용노동지청과 울산광역시노인일자리지원센터가 마련한 S-OIL 은퇴자를 위한 취업설명회.

 

 

 

 

 

<전문가 조언> 

 

 

△박태진 원주노인생활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전쟁 이후 어려웠던 시대를 살았던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층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들의 피와 땀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게 됐다. 하지만 지금 남은건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고민 뿐이다. 가장 필요로 하는 일자리를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5년 노인생협을 만들었다. 지난해에만 각계 분야에서 은퇴한 노인 169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산업도시 울산에는 기업체가 많기 때문에 노인 일자리를 만드는건 원주보다 훨씬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회사 내 냉난방기를 청소하는 협동조합도 가능하다. 일단 소규모로 시도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빅토르 산체스 스페인 에델란협동조합 몬드라곤 공장장(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산업 분야의 협동조합은 하루아침에 생겨 자리를 잡을 수 있는게 아니다. 조합원들이 필요에 의해 설립하고 주인의식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그리고 기존 업체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품질을 갖추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런 경쟁력만 갖춘다면 대규모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업체가 위치한 울산에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산업 분야의 협동조합은 초기 자본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에서 자동차 관련 협동조합이 생겨 우리 업체와 경쟁하는 그날을 기대해보겠다.

 

△로베르타 트로바레리 이탈리아 레가쿠프 국제관계 담당(협동조합 지원연합체)

최근 한국에서도 협동조합 설립붐이 일고 있다고 들었다. 울산에서도 소규모 협동조합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고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협동조합이 각각 운영되더라도 이들 협동조합을 하나로 엮어주고 서로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중간 단위의 협동조합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경영이나 기술 컨설팅을 담당하는 협동조합이다. 세계2차 대전 이후 이탈리아에서 일자리를 만든다는 일념으로 협동조합이 생겨 자리를 잡았듯이 울산에서도 관련 분야에서 일한 퇴직자들이 한데 모여 특색있는 협동조합을 설립하면 새로운 방식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파코 사발라 라군아로 전 간부(스페인 몬드라곤협동조합)

스페인에도 자동차 부품업체 등 산업분야 협동조합이 있듯이 울산에서도 가능할 것이다. 특히 수십년간 자동차·조선업체 등 한 분야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뛰어난 손재주를 가지고 있다는게 큰 장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산업분야로만 한정하지 말고 취미, 여가,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을 차리길 권한다. 울산에서만 매년 1만명에 가까운 퇴직자가 나온다고 하니 비슷한 업종에 관심이 있는 조합원을 모으는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주인인 회사, 힘들 때 함께 허리띠를 졸라 맬 수 있는 협동조합이 울산의 퇴직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현대중공업 등 퇴직프로그램 운영

지난 5월부터 현대중공업은 내년과 내후년 퇴직예정인 1954~1955년생 근로자 1800명을 대상으로 퇴직자 프로그램(36+2+6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눈에 띄는 과정이 협동조합과 관련한 교육이다. 총 2시간이 할애된 창업교육에서 협동조합을 잠시 소개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창업의 한가지 방법으로 협동조합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소개하고 있다는데 의의를 둘 수 있다. 특히 교육 대상자 1800명 가운데 같은 분야의 창업을 원하는 퇴직 예정자를 분류하고 같은 분야에서 함께 힘을 합쳐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시도로 볼 수 있다.

울산에 대규모 사업장을 둔 현대자동차나 에쓰오일 등도 관계기관의 지원을 바탕으로 베이비붐 퇴직자들의 제2의 인생 설계를 위한 재취업과 협동조합 등의 소규모 창업 교육 등을 진행하기 위한 프로그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글=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사진=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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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6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