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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국내외 협동조합을 찾아서

베이비부머 퇴직시대…협동조합에서 미래를 찾다(4)스페인 기계산업분야 협동조합

[창간24주년특집]조합원이 대표 해고도 가능…특권의식 전무

 

베이비부머 퇴직시대…협동조합에서 미래를 찾다

(4)스페인 기계산업분야 협동조합

 

■ 파고르 에델란 협동조합
1963년 자동차 바퀴 너클 만드는데서 시작해
현재 엔진·변속기 부품·디스크·드럼 등 생산
벤츠·BMW 비롯 한국 신화GM과도 파트너십
기술개발에 끊임없는 투자로 연매출 7900억원

■ 울마 협동조합
초콜릿 포장재 만드는 조그만 공장에서 시작
50년만에 북스페인내 최대 사업장으로 우뚝
총8개사업으로 확장 근로자 4300여명 근무중
‘내부경쟁 유발부문 사업진출 금지’ 원칙 눈길
 

 

 

 

 

울산의 주력 산업분야에서 수십년간 종사했던 퇴직자들의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 가능할까. 공장을 세우고 각종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산업설비를 갖춘 뒤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퇴직자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은 아니지만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통된 목적으로 산업 분야의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스페인 몬드라곤협동조합의 제조부문 업체를 둘러봤다.

▲ 파고르 에델란협동조합(Fagor Ederlan. S.Cooperative) 일부 공장의 주조공정의 모습과 빅토르 산체스 에델란 몬드라곤공장장(오른쪽)이 협동조합공장 제품의 하나인 자동차 조향장치 너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작은 공장이 매출 7900억원의 자동차부품업체로 도약

취재진은 이번 취재에서 낯선 경험을 했다. 공장장으로부터 각종 생산시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취재진에게 다가온 한 직원이 “사진촬영이 금지됐다”며 촬영 중단을 요구했다. 공장장이 겨우 사정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한 끝에 짧은 시간의 촬영이 허락됐다.

 

 

한국의 일반적인 기업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을 상황이 연출된 곳은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 등의 부품을 생산해 세계 굴지의 자동차 업체에 전량 납품하는 스페인 몬드라곤협동조합의 제조부문 파고르 에델란협동조합(Fagor Ederlan. S.Cooperative)이다.

 

 

 

 

 

 지난 1963년 설립된 에델란은 자동차 바퀴 조작부분의 작은 부품인 너클을 만드는데서 시작해 50년이 지난 지금은 엔진·변속기 부품, 서스펜션 암, 디스크, 드럼, 브레이크 하우징, 휠림 등 완성차에 필요한 주요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근로자만 3300여명에 달한다. 

평직원으로 근무하다 16년만에 대표의 자리에 오른 빅토르 산체스 에델란 몬드라곤공장장은 “조합원에 의해 설립됐기 때문에 모두가 종업원인 동시에 주인이다”며 “조합원들이 대표를 선출하고 해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특권의식을 가질 수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

 

생산하는 모든 부품이 벤츠, BMW,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 포드 등에 공급된다. 한국GM의 협력업체이자 광주에 위치한 신화GM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완성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빅토르 산체스 공장장은 에델란이 지난 50년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 주인의식과 함께 기술개발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를 꼽았다. 

 

 

 

그는 “에델란이 국제 경쟁력에서 뒤쳐지지 않고 미래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에테르텍이라는 자동차 부품 신소재 분야의 기술연구소를 차려 끊임없이 연구했다”며 “공대로 유명한 몬드라곤대학교와 기술개발 연구기관인 이켈란, 경영 교육기관인 오타롤라 등의 도움도 받아 지금 위치에 올랐다”고 말했다.

에델란은 지난 2008년 연구개발 등에 1700만유로(250억여원)를 투자했고, 이듬해 스페인과 슬로바키아를 비롯한 유럽지역과 브라질, 중국 등에 위치한 15개 생산공장에서 5억4100만유로(790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자율근무제지만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협동조합

“각자의 업무는 있지만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모두가 주인이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규정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자기 일을 소홀히 하는 주인도 없습니다.”

스페인 몬드라곤협동조합 제조부문 사업체인 울마의 핸들링시스템에서 일하는 팍시 드 파블로(45) 조합원의 말이다. 이 업체는 대략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한다는 비공식 규정은 있지만 그의 말처럼 꼭 지켜야 하는 기준은 아니다.

오전 10시에 출근하거나 오후 4시에 퇴근해도 누구하나 뭐라하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해가 지는 오후 9~10시까지 일하는 근로자가 부지기수다.

 

 

 

 

설립 50년만에 700만유로(1000억여원) 이상의 연간 총이윤을 올리고 있는 울마의 초창기 사업모델은 정말 소박했다. 몬드라곤 인근에 초콜릿 공장이 설립되는 것을 본 주민 몇몇이 초콜릿 포장재를 만드는 자그마한 공장을 설립하는데서 시작했다. 단순히 일자리를 창출하는게 설립의 이유였다.

50년이 지난 지금 울마는 북스페인에서 가장 큰 사업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포장공장에서 계속 성장해 현재 핸들링 시스템, 파이프, 건설, 컨베이어부품, 지게차 등 8개 사업부문에서 4300여명의 근로자가 일을 하는 중견기업으로 거듭났다. 특히 건설부문에서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 건립에도 힘을 보탤 정도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본보 취재진이 찾아간 핸들링 시스템. 지난 1986년 설립된 이곳 역시 일자리 창출, 단 하나의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초콜렛 포장을 마친 완제품이 창고 한켠에 쌓이면서 자리만 차지하는 것을 본 일부 조합원들이 낸 아이디어가 창고 자동화시스템이다.

최대 24m 높이의 선반에 최대 2000㎏까지 물품을 기계가 직접 올리고 내리고를 한다. 이 시스템을 운용하기 위해 일본의 한 업체로부터 일부 부품을 납품받을 뿐, 대다수는 자체 개발·생산한다. 20여년만인 지금은 스페인내 최대 창고 자동화 설치업체로 자리잡았다.

총 근로자 300여명 가운데 경영에 필요한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가 엔지니어다. 이들의 임금은 지난 2011년 유럽을 덮친 금융위기 이후 판매 부진으로 약 13% 삭감됐다. 하지만 불만·불평을 늘어놓기 보다 제2의 부활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50년 전 초콜릿 포장재를 만드는 공장에서 시작해 지금은 700만유로(1000억여원) 이상의 연간 총이윤을 올리고 있는 울마, 지금은 북스페인에서 가장 큰 사업장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울마의 핸들링시스템에서 일하는 팍시 드 파블로 조합원(아래)이 협동조합의 성장 배경과 자율근무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팍시 드 파블로 조합원은 “몬드라곤협동조합이 지키고 있는 가장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가 내부 경쟁을 유발하는 부문에 진출하지 않는 것”이라며 “비록 작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핸들링 시스템이 설립됐지만 모두가 주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성장해 지금은 창고 분야 선두업체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글=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사진=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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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3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