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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국내외 협동조합을 찾아서

베이비부머 퇴직시대…협동조합에서 미래를 찾다 (3)스페인 몬드라곤협동조합

[창간24주년]베이비부머 퇴직시대…협동조합에서 미래를 찾다

 

노동자 5명이 만든 가스난로공장, 스페인 7대 기업으로 도약


 

(3)세계적 협동조합 모델로 평가받는 스페인 몬드라곤협동조합

 

 

 

▲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경영 자문 역할 등을 담당하는 몬드라곤대학교 MIK의 후안호 마틴 로페즈, 프레드, 모니카 교수(오른쪽부터)가 협동조합의 의미와 성장 가능성 등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스페인의 7위 기업인 몬드라곤협동조합은 정년까지 근로자들을 해고하지 않는다. 지난 2011년 유럽을 덮친 금융위기 속에서도 해고는 커녕 오히려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근로자들은 퇴직 이후에 정부와 협동조합에서 지급하는 연금으로 남은 여생을 보낸다. 안정적인 고용과 노후보장, 그리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간다는 협동조합의 기본 원칙이 지켜졌기에 몬드라곤협동조합이 지금의 위치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4개 부문 260개 회사에
현재 8만3000여명 근무
총자산 47조700억 달해

성장의 근원은 ‘주인의식’
누구나 이사장 될 수 있어

유럽발 금융위기에도
해고 대신 임금삭감 선택
도산한 회사 근로자는
재교육 통해 그룹사로 배치



                      ▲ 몬드라곤협동조합 본부

 

◇작은 난로공장이 대기업으로 성장

인천에서 비행기로 꼬박 14시간 걸려 도착한 스페인 북부 바스크지방의 빌바오. 여기서 다시 자동차로 갈아타고 1시간여만에 도착한 몬드라곤은 인구 2만3000여명의 작은 도시였다.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살지 않고 관광지도 아닌 이 곳을 찾은 이유는 세계 최대의 협동조합인 몬드라곤협동조합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몬드라곤협동조합의 시작은 지난 195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명의 노동자들이 설립한 가스난로공장에서 지금은 총 8만3000여명의 근로자들이 금융·제조·유통·지식 등 4개 부문 260개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로 지난 1959년 설립된 노동자 금융조합 카이자 라보랄(Caja Laboral), 스페인 4대 세탁기 제조업체 파고르(FAGOR), 보험 업무를 담당하는 라군 아로(Lagun Aro), 대형마트인 에로스키(Eroski), 몬드라곤대학교 등이 꼽힌다. 

 

 

 

 ▲ 몬드라곤협동조합 산하 260개 회사를 총괄 담당하는 본부건물 언덕에서 내려다 본 협동조합 소속 기업체와 연구시설 전경

 

 

 

몬드라곤협동조합의 2011년도 대표 지표에 따르면 260개 회사의 총자산은 324억5400만유로(47조700억원), 총수입은 148억3200만유로(21조5100억원)다. 산업 및 유통 분야에서만 139억6900만유로

 

 

 

몬드라곤협동조합의 2011년도 대표 지표에 따르면 260개 회사의 총자산은 324억5400만유로(47조700억원), 총수입은 148억3200만유로(21조5100억원)다. 산업 및 유통 분야에서만 139억6900만유로(20조263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스페인 7위 기업이다.

몬드라곤협동조합은 소수의 대주주가 주인인 한국의 대기업과 달리 여기서 일하는 모든 조합원들이 주인이다. 각자가 낸 출자금으로 협동조합이 설립·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누구나 최고 경영조직인 총이사회의 이사가 될 수 있고, 최고 결정권을 가진 이사장에 오를 수도 있다.

몬드라곤협동조합의 싱크탱크인 몬드라곤대학교의 경영컨설턴트인 후안호 마틴 로페즈 교수는 “처음에 작은 회사였지만 근로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 기업에 비해 생산 효율성이 높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혁신도 가능했다”며 “이런 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럽발 금융위기 속에서도 해고자는 0명

몬드라곤협동조합 산하 260개 회사의 근로자는 총 8만3569명이다. 지난 2010년(8만3859명)에 비해 0.3% 줄었다. 하지만 만 65세 퇴직자를 고려하면 오히려 근로자가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다 2011년 유럽을 강타한 금융위기로 인해 대다수의 기업들이 정리해고에 나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몬드라곤협동조합의 이같은 수치는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해고 대신 임금 삭감을 결정했다. 각 회사마다 주 5일 근무에서 주 4일 또는 주 3일로 근무일수를 줄이고 임금도 적게는 5%, 많게는 20~30% 가까이 줄였다.

파코 사발라 라군 아로 전 간부는 “삭감된 임금에 불만을 품는 조합원들도 일부 있었지만 최소한 해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합원들은 경영진의 결정을 받아들였다”며 “직업 되물림 등의 잘못된 정책도 과감하게 없애 불필요한 지출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 몬드라곤협동조합의 보험업무를 담당하는 라군 아로의 전 간부였던 파코 사발라씨가 은퇴 이후에도 편안한 생활이 가능한 협동조합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같은 기간 스페인의 공장 10곳 가운데 2~3곳 정도가 금융위기의 여파로 문을 닫았지만 몬드라곤은 2개 회사가 도산하는데 그쳤다. 이 회사에 다니던 근로자들은 재교육을 받은 뒤 모두 협동조합 산하 다른 회사로 재배치됐다.

협동조합 산하 회사인 울마 핸들링 시스템에서 일하는 하비에르 페랄타(43)씨는 “과거에 받던 임금보다 약 13%가 줄었지만 회사의 주인인 입장에서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며 “현재의 일자리가 보장되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회사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글=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사진=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인터뷰]몬드라곤대학교 경영컨설턴트 후안호 마틴 로페즈 교수

 

 


“260개사 가족같은 유대감…어려움 닥쳐도 함께 극복”

몬드라곤대학교 후안호 마틴 로페즈 교수는 몬드라곤협동조합의 SWOT(강점·약점·기회·위협)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1956년 첫 협동조합이 설립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긴 세월동안 다져진 조직구조가 각종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한 저력으로 꼽았다. 다음은 후안호 마틴 로페즈 교수와 일문일답.

-협동조합 내 각각의 회사가 어떤 구조로 이뤄져 있나.

“260개의 회사가 모두 조합원들의 필요에 의해 하나씩 설립됐다고 보면 된다. 그러다보니 회사는 다르지만 자연스레 가족같은 유대감이 생긴다. 이런 점 때문에 어려운 회사가 있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떻게 실업률 0%를 유지하나.

“몬드라곤협동조합은 어려움이 닥쳐도 함께 극복한다는 기본 원칙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 일반 기업과는 달리 해고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이런 점 때문에 협동조합이 위치한 바스크 지방의 실업률도 스페인 전체 실업률보다 훨씬 낮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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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2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