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특집-국내외 협동조합을 찾아서

베이비부머 퇴직시대…협동조합에서 미래를 찾다(7)울산의 협동조합과 베이비붐 퇴직자의 현주소

[창간24주년특집]울산, 베이비붐 세대 비중 16% ‘전국 2위’…일자리 창출이 최대과제

 

베이비부머 퇴직시대…협동조합에서 미래를 찾다

(7)울산의 협동조합과 베이비붐 퇴직자의 현주소

 

 

울산 최초 식당 협동조합
‘마당쇠마을 먹거리…’
야채재배부터 서빙까지
조합원이 직접 나서

늘봄 퇴직자 협동조합
울산교통문화협동조합 등
현재 지역내 25개 설립

경제력 갖춘 지역 은퇴자
맞춤형 일자리 필요성에
협동조합이 대안으로 부상

지난해 12월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최소 5명 이상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협동조합 도시를 만들겠다고 선포한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협동조합 설립붐이 일고 있다.

울산도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같은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 둘씩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베이비붐 세대 퇴직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협동조합도 잇따라 설립돼 눈길을 끌고 있다. 

 

 

 

▲ 울산지역 퇴직 예정자, 구직자 등 21명이 모여 울산 북구에 설립한 마당쇠마을 먹거리 협동조합. 지난 6일 개업식을 가진 이곳은 조합원들이 직접 국산콩을 이용한 각종 두부요리를 민들어 판매한다

 

 

◇울산도 협동조합 설립 발동

현대자동차 퇴직 예정자와 당장 일자리가 필요한 주민들이 울산 최초의 식당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지난 6월6일 울산 북구에서 문을 연 두부요리전문점인 ‘청솔 두부촌’.

이 곳은 마당쇠마을 먹거리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1명당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1500만원까지 총 1억원의 출자금으로 설립됐다. 마당쇠마을이라는 봉사단체 회원 중에서 퇴직 이후의 일자리를 고민하거나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했던 21명이 주축이 됐다.

각자의 출자금 규모는 다르지만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1인1표제 원칙에 따라 조합원 개개인의 의견이 평등하게 반영된다. 현재 조합원 10명이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고, 나머지 11명은 개인 사정에 맞춰 향후 일할 예정이다.  

 

 

▲ 고정동 마당쇠마을 먹거리 협동조합 초대 이사장

 

이곳은 조합원이 직접 서빙을 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이 높고, 직접 재배한 야채를 사용하기 때문에 신선도도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

조언자가 많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약 1000명에 달하는 마당쇠마을 회원들이 종종 손님으로 찾아와 음식에 대한 평가, 식당운영에 필요한 노하우, 개선점 등을 조언하고 있다. 

 

고정동 초대 이사장은 “아직 시작단계지만 퇴직 예정자 등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다”며 “향후 수익이 늘어나면 국산콩을 이용한 두부제조 협동조합이나 식당에 야채를 공급할 농업협동조합, 체인점 개업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천석 늘봄퇴직자협동조합 초대 이사장

 

 

고령 퇴직자와 취약계층 등을 위한 ‘늘봄 퇴직자 협동조합’도 있다. 정천석 전 동구청장이 초대 이사장을 맡은 이곳은 100여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해 고령자, 취약계층 등을 중심으로 하는 1단계 사업을 준비중이다.

생활·재활용품 수거 및 판매 등의 작은 사업에서 시작해 공공시설물 수리·관리, 일용직 노동자를 위한 사업 등으로 점차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퇴직자의 기술력을 활용할 사업도 어느정도 자리가 잡히면 추진할 방침이다.

 

 

 

                      ▲ 박영웅 교통문화협동조합이사장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협동조합도 생겨나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모여 설립된 ‘울산교통문화협동조합(이사장 박영웅 울산교통문화시민연대 대표)’은 조합원 대상을 일반인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차량 구입 및 정비, 타이어 등의 소모품 공동구매 등을 추진한다.

지역 중소 제조업체들이 만든 ‘물류운송사업 협동조합(이사장 강석구 전 북구청장)’은 물류비 절감 및 운송 효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밖에 서점 협동조합, 자동차 정비 협동조합, 음식물 식자재 공동구매 협동조합, 방역·위생 협동조합 등도 있다. 24일 현재 25개 협동조합이 설립 절차를 모두 마쳤다.



◇퇴직자 제2의 인생을 위한 보완책

자본주의 사회에서 퇴직자들에게 열려 있는 일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더구나 울산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특정 분야에서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퇴직한다는 점에서 일자리 창출 문제가 심화된다.

울산발전연구원(이하 울발연)에 따르면 울산은 7대 광역도시 가운데 전체 인구 대비 베이비붐 세대 비중이 15.9%로 부산 다음으로 높다. 연간 1만명씩 향후 5년간 약 5만명 이상의 퇴직자가 발생하고, 이들의 퇴직금 규모만 약 2~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울발연의 자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역 은퇴자의 62%가 재취업시 4시간 미만의 파트타임을, 71%는 월소득 50만원 미만을 꼽았다.

이는 퇴직 이후 소득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도 될 경제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일을 통한 삶의 보람도 동시3에 찾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울산에서는 지방자치단체나 학계, 노동계에서 퇴직자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맞춤형 대안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퇴직 예정자들의 이같은 요구가 반영된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한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방식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협동조합이 보완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같은 분야에 종사했던 퇴직자들이 하나의 협동조합을 차려 공동 이익을 추구할 경우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자가 가진 기술력을 사장시키지 않고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성공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울발연 황진호 박사는 “퇴직자들이 협동조합을 제대로 이해하고 기업가 정신을 살려 특정분야의 협동조합을 설립한다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성공가능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은 협동조합이 갓 설립되는 초기단계지만 일자리 창출 문제에 부딪힌 현대사회에서 또하나의 보완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글=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사진=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기사원문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5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