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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국내외 협동조합을 찾아서

베이비부머 퇴직시대…협동조합에서 미래를 찾다 (2)국내 협동조합 선도도시 원주에서 배운다

[창간24주년특집]공동출자·공동운영 ‘모두가 주인’ 갑을관계 전혀 없어

 

베이비부머 퇴직시대…협동조합에서 미래를 찾다

 

(2)국내 협동조합 선도도시 원주에서 배운다

 

 

1972년 주민 10명 모여 설립한 원주밝음신협 태동
지금은 자산규모 1000억 넘는 원주 최대 협동조합
노인생협, 조합원만 1300명…작년 총수입 10억대
한살림생협, 안전한 먹거리 판매·떡공장 운영 등

인구 32만의 중소도시, 강원도 원주는 국내에서 협동조합이 가장 발달한 도시다. 은행 협동조합부터 먹거리 협동조합, 병원 협동조합 등 총 19곳에 50대 회사원부터 40대 주부, 30대 자영업자, 20대 학생들이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단연 눈에 띄는 곳, 노인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설립된 ‘노인협동조합’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 강원도 원주로컬푸드카페협동조합 본점.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 각종 컵밥과 음료를 판매한다.

 

 

◇일자리 창출하는 노인 공동체

30여년의 경찰 생활을 끝으로 지난 2004년 퇴직한 박태우(72·강원도 경우회 감사)씨. 요즘에는 매일 아침 8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원주 골목골목을 누비며 각종 대형 폐기물을 수거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가 하루 6시간을 일하고 받는 돈은 월 100만원 남짓. 그에게 연금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굳이 3D 직종에 일하는 이유를 물었다.

“퇴직하고 약 5년 동안 할 일이 없어서 등산만 다녔는데, 사람 할 짓이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2008년에 노인생협에 조합원으로 가입했는데, 고맙게도 일자리를 줘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답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오히려 나이든 내게 일자리를 준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 퇴직 경찰 박태우씨

 

일하는 사람은 노는 사람보다 건강하게, 그리고 오래 산다는 말이 있다. 세계적인 장수 국가로 알려진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100세 시대에 기껏해야 60세까지 일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사회 구조에서 어떻게 노인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만들어진 원주노인생활협동조합(이사장 박태진·이하 노인생협).

노인생협은 지난 2005년 30명이 낸 출자금으로 ‘늙음은 어쩔 수 없지만, 협동은 건강한 노년을 만든다’는 슬로건으로 만들어졌다. 8년이 지난 지금 조합원이 1300명에 달한다. 지난해 169명의 노인 조합원들이 노인생협을 통해 일자리를 얻었다. 지난해 총수입이 10억6200만원, 순이익은 3090만원이었다.

조합원들은 주로 학교 청소, 소독과 방역, 경비용역, 주유소 등에서의 시니어 인턴십, 대형 폐기물 수거 등에서 일한다. 월급은 업무 난이도와 근무시간에 따라 40만원에서 120만원 수준이다. 

 

노인들이 성실하게 일을 하다 보니 일을 맡기는 학교, 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만족해하고 일자리 규모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래도 여전히 일자리를 원하는 조합원보다 일자리 수가 적어 고민이다. 상조회, 요양보호사파견사업단, 냉난방기 관리 등 사업분야를 확장해 보다 많은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박태진 이사장은 “일할 수 있는 노인에게 일자리를 주면 생계의 어려움을 덜 수 있고,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만들수도 있다”며 “노인의 입장에서 노인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각오로, 건전하고 걱정없는 노인들의 삶의 길을 열어주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노인생협 박태진 이사장

◇하나 둘씩 생겨난 협동조합

원주의 협동조합은 끈끈한 유기적인 관계로 형성돼 있다. 최초에 하나의 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조합원들은 다시 생활에 필요한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이다.

대신 자신들이 낸 출자금으로 설립됐고, 경우에 따라 직접 일도 하기 때문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튼튼한 뿌리를 내리도록 돕는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갑을관계’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 대한민국 신용협동조합의 발상지인 강원도 원주시 밝음신협 사옥...이 건물에는 협동조합의 협동조합인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와 의료협동조합 등이 입주해 있다

 

 

 

먼저 원주 협동조합의 기원은 지난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리사채에 따른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주민 10명이서 만든 원주밝음신용협동조합이 태동이다. 지금은 자산규모가 1000억원을 훌쩍 넘은 원주 최대 협동조합이다.

신협 조합원들은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1985년 원주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한살림)을 설립했다. 한살림은 1300여 종류의 친환경 농축산물 직거래를 비롯해 생활환경용품 공급사업을 펼치고 환경 호르몬, 식품첨가물(MSG 등), 유전자조작식품 반대 활동 및 올바른 식생활 교육운동 등도 펼친다.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공급·판매하는 우리농, 살림농산, 남한강 삼도생활협동조합, 원주가농영농조합법인도 한살림과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사용하는 떡공장,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다시 조합원들에게 판매된다.

최근에는 바쁜 직장인 등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원주 또는 강원도, 국내에서만 생산되는 친환경 식자재를 사용해 만든 컵밥을 판매하는 원주로컬푸드카페협동조합도 설립됐다. 조합원들에게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주의료생협도 있다.

원주의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또 하나의 협동조합인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김달현 사무차장은 “일반적으로 제품의 품질이 기대에 못미칠 경우 고객들로부터 외면을 받지만 협동조합은 공동체라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충고와 조언을 통해 품질을 향상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글=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사진=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인터뷰]"인구 40%조합원...탄탄한 조직이 경쟁력"

                   김선기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사무국장



김선기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살고 있다. 원주지역 19개 협동조합의 허브역할을 하는 네트워크 업무에 협동조합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맞이, 전국 각지에서 요청하는 강연까지.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그를 원주에서 만났다.
 

 

-원주가 협동조합 도시로 성장한 배경은.

“원주는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절박한 심정을 기본으로 협동조합이 자리를 잡은 도시이다. 이들이 서로 복합적이면서도 유기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국내 대표 협동조합 선도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다.”



-원주 협동조합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현재 조합원이 3만5000명이다. 보통 한 가구가 한 조합에 가입하고, 이를 4인 가구로 계산하면 약 14만명이 조합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원주 총인구의 40% 이상이다. 이처럼 탄탄한 ‘조직력’이 최대 경쟁력이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주민들이 협동조합의 필요성을 알고 있다. 노인생활협동조합처럼 필요한 조합이 있으면 스스로 설립하고 있다. 앞으로도 전략적으로 함께 사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네트워크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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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1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