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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내가 느낀 세상

[기자수첩]자식에게 무조건적인 사랑 베푸는 어머니

2009년 10월 21일 (수) 22:32:05 이왕수 기자 wslee@ksilbo.co.kr

하나뿐인 아들을 납치했다며 돈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는 어머니의 심정은 어떨까.

최근 “당신 아들이 100만원을 빌려갔는데 약속기일이 지나도 돈을 갚지 않아서 납치했다. 100만원을 입금시키면 풀어주겠다”는 전화를 사채업자로부터 받은 어머니 김모(58)씨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급히 돈을 마련해 아들을 구했다. 이후에도 10여 차례에 걸쳐 감금 또는 납치, 아들로 인해 발생한 손해비용 등 거의 1000만원에 달하는 돈을 뜯겼다.

김씨는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구하기 위해 지인 또는 대출을 받아 거액을 마련했으며 마지막에는 돈을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결국 경찰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후 범인은 붙잡혔고 이들은 다름 아닌 자신의 아들과 아들의 교도소 동기였다.

이 사건을 접한 경찰이나 시민들은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역이용한 불효막심한 아들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어머니에게는 미우나 고우나 소중한 아들이다. 소중한 아들이 처벌받는 것을 어떤 어머니가 원하겠는가. 어머니의 선처로 결국 아들은 불구속 입건되고 아들의 교도소 동기만 구속됐다.

김씨가 아니라 다른 어머니였으면 어땠을까. 추측컨데 경찰에 도움을 청하는 시기를 제외하곤 김씨와 별반 다르진 않을 것이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의 어머니가 아닐까.

이번 사건을 접하고 자식들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베푸는 어머니’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과연 나는 어머니에게 잘하고 있는지….

큰일이나 문제가 생기면 첫째도 자식, 둘째도 자식 걱정이 앞서는 이 땅의 어머니, 멋쩍겠지만 지금 당장 전화를 걸어 “어머니, 사랑해요 그리고 고마워요”라고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왕수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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