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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내가 느낀 세상

[기자수첩]방어진항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2009년 11월 09일 (월) 22:53:58 이왕수 기자 wslee@ksilbo.co.kr

시원한 해풍과 함께 불어오는 악취, 항 곳곳에 지저분하게 적치된 고기잡이 도구, 바다로 유입되는 생활폐수, 바다 위로 떠다니는 온갖 쓰레기, 곳곳에서 어류를 말리고 판매하며 미관을 해치는 불법 좌판상인들….

최근 제보를 받고 방문했던 방어진항의 모습이다. 바닷바람과 고기잡이 어선, 구수한 사투리의 활어 좌판 상인 등 정겨운 어촌 분위기를 생각하고 항을 찾은 관광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실제 주말이면 지저분한 방어진항의 풍경에 급 실망하고 발길을 돌리는 관광객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3대에 걸쳐 이곳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있다는 한 노인은 “과거에는 방어진항이 맑고 깨끗하면서도 정이 넘치는 어촌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악취가 코를 찌르고 온갖 쓰레기·어구들이 곳곳에 적치돼 지저분한 항구로 변했다”며 “이제 방어진항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푸념했다. 상황은 이런데도 방어진항의 지도 또는 관리·감독 기관들은 쉽게 단속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영세상인 또는 어민인데다 수 십 년 동안 해오던 일을 하루아침에 불법으로 규정짓고 제재를 가하는 데 대해 반발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다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기관 또는 단체 대부분이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동구청이 해야 하는 일이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더욱 역설적인 것은 한편으로는 방어진항을 죽여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맑고 깨끗한 방어진항으로 되살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 혼자 잘한다고 방어진항이 되살아나겠느냐는 심리가 없어지지 않는한 불법 행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동구청은 방어진항을 살리기 위해 올 연말께 대대적인 정비 및 단속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앞서 방어진어촌계와 새어민회, 채낚선협의회 등 이곳 어민·상인 등으로 구성된 단체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불법 행위 근절운동을 벌이는 것은 어떨까.

이왕수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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