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03일 (수) 21:33:32 | 이왕수 기자 ![]() |
“저는 올해 1월15일부터 현장으로 출근해서 이전에 일어났던 일은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2일 울산외고 옹벽붕괴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시의회 울산외국어고 부실공사 조사특위에 출석한 한 시공사 업체 대표의 자격으로 나온 증인의 답변이다. 순간 조사위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증인과 다른 위원들을 쳐다보는 등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물론 위증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증인으로서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답변한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 증인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된 회의에서 이렇다할 답변없이 자리에 앉아만 있다 돌아갔다.
“침하가 일어날 수는 있지만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역시 같은 날 열린 조사특위에서 공사현장 책임자로서 출석한 증인의 답변이다. 정찬모 위원장이 위증하면 처벌을 받는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답변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책임자로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침하가 발생했는데도 보지 못했다고 답변한 것은 너무나 궁색해 보였다. 이날 출석한 다른 증인 모두 같은 대답을 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현장에서 일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침하를 목격했을 정도로 심각했는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다음주 감리단과 발주처에 대한 증인조사가 예정돼 있다. 조사의 초점은 침하여부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붕괴 이후부터 사진이 공개되기 이전까지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하 용출수’가 져야 할 판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지하 용출수’로 인한 사고라고 주장했던 시공사, 그리고 발주처인 교육청과 감리단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외고 붕괴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시의회 차원에서 조사특위가 꾸려졌다. 시의회는 울산시민들을 대표하는 기구이고, 그만큼 조사특위가 외고 붕괴사고를 조사하기에 충분히 대표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2일 조사처럼 제대로 답변을 할 수 없는 증인이 출석해 괜히 시간낭비만 초래하거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 반복되는 사태는 빚어지지 않도록 조사특위의 올바른 역할을 기대한다. 이왕수 정치부 wslee@ksilbo.co.kr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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