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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내가 느낀 세상

[기자수첩]다수결의 원칙과 소수의견 존중

2010년 12월 19일 (일) 21:15:42 이왕수 기자 wslee@ksilbo.co.kr

지난 7월 출범한 제5대 울산시의회가 우여곡절 끝에 울산시와 울산시교육청의 내년도 당초예산에 대한 심의를 마치고 최종 확정했다. 6개월간의 의정활동을 펼친 시의원들에게 2010년은 출마 준비와 6·2지방선거, 시의원으로서의 활동 등으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해였다. 전체 시의원 26명 중 22명이 초선인데다 출범부터 여·야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상황까지 겹쳐 의정활동을 펼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체 의석의 절반을 차지한 한나라당과 지역 제1야당으로 자리잡은 민주노동당 간에 선의의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가장 아쉬운 것은 출범 초기 소통의 정치를 펼치겠다고 약속했던 양당이 불통으로 인해 삐걱거리며 몸싸움 의회를 연출했고,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극한 상황으로 몰고가는 등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한 행동들을 서슴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다수결의 원칙, 힘의 논리를 앞세운 한나라당과 소수 의견이라도 존중해야 한다는 민노당간의 감정싸움은 극으로 치달았다. 급기야 친환경 무상급식을 두고 민노당은 생명을 담보로 한 무기한 단식농성에서부터 의원으로서 책무인 예산심사 거부, 본회의 저지 등의 카드를 꺼내 들었고, 한나라당은 본회의 강행, 절차를 무시한 날치기 안건 통과 등으로 맞받았다. 결국 시의회는 시민들의 의사를 표현하는 동시에 울산시의 의사를 결정하는 기관이 아니라 당론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적 공방장으로 변했고, 시민들에게 실망스런 모습만을 보여줬다.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현재의 울산시의회는 종전(終戰)이 아니라 휴전(休戰)이라는 것이다. 언제든지 도화선에 불만 붙이면 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상반된 정책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고, ‘다수결의 원칙’과 ‘소수의견 존중’의 공존은 더더욱 어렵다. 그러나 불가능은 없다는 말처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풀어나가야 한다.

울산시의회는 거대여당이나 거대야당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내년에도 올해같은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이왕수 정치부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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