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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내가 느낀 세상

[기자수첩]살찌는 청소차량과 줄줄 새는 세금

2010년 01월 04일 (월) 22:36:32 이왕수 기자 wslee@ksilbo.co.kr

2008년까지 공차 중량이 7550㎏이었던 차량이 2009년에는 7850㎏으로 늘어났다. 2009년 말에 다시 측정했더니 7990㎏이었다. 1년 사이 무려 440㎏이 증가한 것이다. 사람도 아닌 자동차가 살이 찔 수 있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울산시 동구지역 한 청소대행업체의 실제 사례다. 물론 기름양이나 수리내역 등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게 업체와 행정당국의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공차 중량이 증가할수록 대행료와 쓰레기 반입 수수료가 증가하게 돼 세금이 낭비된다는 것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 보자. 현재 동구지역 청소대행업체 차량 19대가 보통 하루 1~2차례, 1년에 300여일 동안 울산시 자원화시설에 쓰레기를 반입하고 있다. 반입 때 쓰레기를 포함한 차량 무게를 측정한 뒤 미리 등록된 공차 중량을 뺀 무게를 쓰레기량으로 계산해 대행료를 지불한다.

통상 청소차량인 5t 트럭의 연료탱크 용량은 200ℓ다. 기름양을 최소화해 공차 무게를 측정하고 기름을 가득 채워 쓰레기를 반입하면 한차례에 약 150㎏ 정도는 가뿐하게 쓰레기량을 속일 수 있다.

연간 속일 수 있는 쓰레기양은 1.5회(하루 반입 횟수)×150㎏(속일 수 있는 연료 무게)×300일(연간 운행 횟수)×19대(반입 차량 수)=1282.5t이다. 여기서 t당 단가인 7만6860원을 곱하면 대행료 9857만2950원에 수수료 1795만5000원이다. 업체들이 마음만 먹으면 1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매년 구청으로부터 받을 수 있고, 구청은 수수료와 대행료를 합해 1억2000만원에 가까운 세금을 낭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동구청과 시 자료를 보면 2008년과 2009년 동구지역 청소차량 19대 중 16대가 평균 345㎏, 총 5540㎏ 증가했다. 며칠 전 본보가 이를 지적하기 전까지 동구청은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고, 현재도 차량 1~2대를 제외한 나머지 14~15대의 증가원인은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도 당연하지만 세금이 낭비된 요인이 발생한 만큼 그동안의 과오도 제대로 짚고 넘어가는 일도 중요하지 않을까.

이왕수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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