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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내가 느낀 세상

[기자수첩]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가

2010년 02월 15일 (월) 22:57:59 이왕수 기자 wslee@ksilbo.co.kr

기업체가 소유한 저수지를 내륙 수변형 산림공원으로 조성, 주민들의 품으로 돌려주는 사업이 한창 진행중인 울산시 동구 명덕저수지. 그러나 사업 초반부터 친자연적인 공원에 부적합 한데다 식수로 사용되는 저수지에 포름알데히드나 VOCs(휘발성유기화합물)가 방산될 수 있는 합성목재를 데크 소재로 선정하면서 말들이 많았다. 거기다 동구청이 실시설계 당시 선정했던 합성목재 업체가 강도 등의 항목에서 기준을 속였다는 사실이 적발되면서 조달청 품목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동구청은 당초 합성목재가 환경성 평가에서 인체에 무해하다는 판정을 받았다는 점과 천연목재의 짧은 내구연한, 잦은 방부처리 등으로 합성목재보다 덜 친환경적인 소재라고 판단하고 합성목재를 선정했다. 그러나 최근 기업체와 주민들의 요구, 의원·환경단체의 지적과 내부 검토를 거쳐 물가와 접한 부분에 대해서는 천연목재를 사용하기로 했다.

총 사업비 50억원이 투입되는 명덕저수지 수변공원 조성사업에서 데크 비용만 10억여원에 달하지만 주민 등의 요구와 지적 등으로 결국 변경된 것이다. 담당 부서는 사업 초기 합성 또는 천연목재의 장·단점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업체 관계자와 환경단체·의원·주민 등의 요구로 인해 일관성 있는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시 말해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동구청은 합성목재와 천연목재의 인체 유·무해 여부를 떠나 환경오염 등의 우려로 다음달께 설계변경하고 천연목재를 일부 사용하기로 하면서 오락가락 하는 행정기관이라는 이미지를 낳았다.

처음부터 여러 사공들의 말을 제대로 수렴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면 합성목재든 천연목재든 일관성 있게 사업이 추진되지 않았을까.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건립할 계획인 대왕암공원 내 고래생태체험관을 두고도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고래 관련 상품의 ‘분산’이냐 ‘선택과 집중’이냐가 대표적이다. 거액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사인 만큼 여러 사공의 힘을 모아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목적지로 향했으면 한다.

이왕수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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