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24일 (수) 21:24:40 | 이왕수 기자 ![]() |
“제일 늦게 연락한 기자님이 제일 먼저 왔네요. 동구 주민이 침수피해를 입었을 땐 동구청에 먼저 연락해야 하고, 또 구청에선 가장 먼저 민원해결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장마가 시작된 지난 22일 아침 침수피해 현장에 도착한 기자에게 화를 삭이지 못한 제보자가 던진 첫 마디였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이날 아침부터 쏟아진 집중호우로 동구 방어동 한 아파트 1층에 위치한 A·B사무실이 발목 높이까지 침수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인근 화장실 오수가 역류하며 사무실로 흘러들어온 것이다.
A사무실 소장은 동구청에 전화를 걸어 “확실하진 않지만 얼마전에 끝난 하수관거 정비사업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그러나 동구청은 현장 확인도 하지 않고 “하수관거 정비사업 관련 피해신고는 시공사나 시청으로 하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했다고 한다. 시공사와 동구청은 또 지금 당장은 갈 수 없으니 일단 기다려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A소장은 한참을 기다리다 답답한 마음에 신문사로 전화를 했고, 가장 늦게 연락을 받은 기자가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이었다.
현장을 살피고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정작 이들이 화가 난 이유는 ‘우리 책임이 아니니 우리에게 이러지 말라’는 듯한 동구청의 무성의한 답변 때문이었다. 만약 “시공사에 연락해 원인을 파악하겠다. 우리도 최대한 빨리 현장 확인을 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면 그처럼 화가 나고 기분 나빠 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 그랬다면 물론 신문사로 전화를 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장마철이 돌아왔다. 하수도 역류, 침수 등의 피해는 분명히 발생할 터이고, 피해를 호소하는 전화도 잇따를 것이다. 또 투정 부리는 민원인도 더러는 있을 것이다. 이들이 어떤 식으로 피해를 호소하더라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구청’의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이왕수 기자 사회부 wslee@ksilbo.co.kr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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