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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내가 느낀 세상

[기자수첩]구민을 위한 진정성이었길…

2011년 01월 09일 (일) 20:35:54 이왕수 기자 wslee@ksilbo.co.kr

지난해 12월초께 울산시 한 간부공무원의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이 진행중이던 조용수 중구청장과 정천석 동구청장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구청장직을 이어가느냐, 상실하느냐를 놓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하루이틀 앞두고 있었다.

두 구청장은 사전에 약속이나 한 듯 “구청장으로서 마지막 통화일지도 모른다, 구청장직을 잃게 되더라도 그간 추진했던 사업이 원활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잘 부탁한다”는 당부의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그리고 12월9일 재선(再選), 3선(三選)의 구청장으로서 짧게는 5년, 길게는 9년째 재임했던 이들은 공직선거법 위반에 따른 대법원의 당선무효형 확정 판결에 따라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결국 그날의 통화가 구청장으로서의 마지막 통화가 돼 버렸다.

두 구청장은 구청을 떠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억울한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시민들이 선출한 두 구청장이 자의든 타의든 법을 어겼다는 결과가 나왔고, 재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주민들은 내손으로 뽑은 구청장이 법을 어겨 물러나는 모습을 보면서 결코 탐탁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지역의 일부 시민사회단체 또는 야당에서는 이들 두 구청장 뿐만 아니라 한 구청장을 공천한 여당에도 책임이 있다며 재선거비용 환수 및 무공천을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서 이 사태를 새삼 재론하는 것은 두 구청장이 단순히 법을 어겼다는 점을 부각시킬려는 뜻은 아니다. 그 보다는 당장 구청장직을 잃을지도 모르는 시점에서 그동안 주민들을 위해 벌였던 사업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당부의 말을 남겼다는 점이다. ‘내 코가 석 자’라는 말처럼 남을 돌볼 수 있는 여유가 없는 상황, 5년간 피선거권을 잃게 되는 절박한 상황에서 구정의 미래에 대한 부탁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비록 두 구청장의 전화가 단순한 인사성이었는지, 향후 정치인으로서의 재기를 위한 것이었는지 속내를 온전히 알 길은 없지만 중도하차하는 단체장으로서의 책임감은 어느 정도 짐작할 만하다.

구청장직을 잃기 직전 ‘원활한 투자사업’을 당부한 두 구청장의 전화가 사심 없이 오로지 구민들에 대한 진정성 차원에서 이루어졌길 기대한다.

이왕수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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