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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내가 느낀 세상

[기자수첩]행정기관의 신뢰도 회복이 급선무

2010년 04월 12일 (월) 22:34:32 이왕수 기자 wslee@ksilbo.co.kr

“행정기관에서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다간 큰 코 다칩니다. 한두번 속은 것도 아니고…” 대왕암공원에 대한 명승 지정을 반대하는 주민의 얘기다.

대왕암공원의 명승 지정 예고가 최근 몇 주째 동구지역의 ‘뜨거운 감자’다. 문화재청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명품공원 조성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인근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도 불이익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명승지정 반대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주민 서명운동, 문화재청 항의 방문 등을 통해 명승 지정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울산 대표 관광지로서 대왕암공원을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는 이 좋은 기회를 마다하고 지금 당장 명승으로 지정되는 것을 왜 반대하는 것일까.

문화재보호법에 명시된 ‘문화재보호구역은 500m 이내’조항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대왕암공원 일대에는 가족휴양·해양테마·목장테마·근린운동시설지구와 상가 등 테마별 휴양지가 건립될 예정이다.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보호구역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아쉽게도 500m 이내다.

거기다 일산유원지 일부 상가와 주거지 등도 명승지 500m 이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보호구역 내에서는 단순 형상변경도 문화재청장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만큼 ‘혹시나 내 집을 내 마음대로 고치지도 못하게 되면 어떡하나’ 하는 주민들의 우려도 점점 높아지는 것이다.

‘500m 이내’는 ‘500m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 문화재청 또는 문화재위원들을 논리정연하게 설득하면 보호구역이 없어질 수도 있고, 불가피한 경우 최대 500m까지 지정될 수 있다.

현재 문화재청의 방침대로라면 주민들의 피해 없이 울산지역 최초의 명승 지정이라는 선물을 받게 돼 있지만, 주민들은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명승 지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 아닌 반대’를 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행정기관­주민간 신뢰도 회복이 우선 됐으면 한다.

이왕수 기자 사회부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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