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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내가 느낀 세상

[기자수첩]선거비용 과다청구는 밑져야 본전?

2010년 08월 08일 (일) 20:38:17 이왕수 기자 wslee@ksilbo.co.kr

최근 6·2지방선거에 출마했던 울산지역 후보자 146명이 유효투표수의 10% 이상을 획득, 선거비용의 전액 또는 반액을 되찾아갔다. 그 액수는 모두 81억여원에 달했다. 선거비용 보전제도는 재력이 없는 사람도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에서 후보자 또는 정당이 사용한 선거비용을 부담하는 선거공영제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다.

울산시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지역 5개 구·군선관위는 혈세낭비를 막기 위해 각 후보들로부터 비용청구신청을 받은 뒤 약 한 달간 서면심사 및 현지실사 등을 통한 확인작업을 펼쳤다.

그 결과 후보 1인당 최소 17만원, 최대 1억800만원, 모두 21억2700만원의 과다청구내역을 밝혀냈고, 선관위는 이를 감액한 금액을 후보들에게 되돌려줬다. 선관위의 확인작업이 없었다면 21억여원의 세금이 낭비됐을 것이다.

선거 관련법과 선관위에서 배부한 책자 등에는 보전 받을 수 있는 항목이 세세하게 분류돼 있고, 보전대상이 아닌 항목이 명시돼 있다. 또 선거비용의 투명성을 통해 공정한 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각 후보들은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회계책임자를 선임 또는 겸임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세세한 사유는 모르지만 후보 1인당 평균 1457만원의 과다청구액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그 진위를 떠나 후보들은 주민들로부터 걷어 들인 세금을 부당하게 받아 챙기려고 했다는 의심을 사게 됐다.

현재까지의 선관위 조사에 따르면 각 후보들의 과다청구항목 가운데 위법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 분명한 것은 비용 부풀리기 등 편법에 의해 과다청구했고, 적발되지 않았다면 ‘재수좋게’ 세금을 착복(?)했을 것이다. 적발되더라도 과다액만 감액하면 되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생겼을 것이다.

금액상으로는 잘못돼도 손해를 입은 것이 없으니 밑져야 본전이 맞다. 그러나 고의성 여부를 떠나 과다청구액이 많으면 세금을 착복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게 되고, 결국 후보의 자질 및 도덕성에도 흠집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번 6·2지방선거를 끝으로 ‘선거비용 과다청구= 밑져야 본전’이라는 인식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이왕수 정치부 wslee@ksilbo.co.kr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614